가슴 아픈 이야기

대현마당쇠 2003. 11. 28. 00:04
지난 번에 말씀드린 중학생은 중학교 3학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오전에 부흥회를 하고 있는 저희 교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교육관 열쇠를 열고 들어가니 그 안에 문을 안으로 잠근 채 그 아이가 있었습니다. 다그쳐 물으니 다 실토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 매일 새벽 5시만 되면 자기를 찾아와 집을 나가자고 하고 도둑질을 시키는 할아버지가 있다고 해서 이것은 영적인 문제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 문제로 인해서 신경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는데 매주 목요일 저와 함께 성경공부도 하고 제가 기도해 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밤 11시에 일을 마치는 엄마를 찾아가서 함께 집에 들어가야 한다기에 갈 차비와 식사비 만원을 주었습니다. 너무 많은 돈을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잔돈이 없어서(그렇다고 제가 부자라는 말은 아닙니다) 만원을 준 것입니다. 그후 점심 식사도 같이 하고 낮 시간 동안 교육관 소파에서 쉬도록 해주고 잠이 오면 제 코트를 덮고 자도록 해주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저녁 식사도 저희 집에서 같이 하고 부흥회를 참석하고 가라고 했더니 부흥회 시간에 오기는 왔는데 곧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치면 제가 엄마 있는데 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그 아이가 수요일 저녁에 저희 집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인 후 부흥회에 참석하도록 하라고 한 후 예배당에 먼저 올라가니 전도사님이 지난 월요일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셨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집회가 시작하는 것을 보고 그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서 다시 물으니 지갑(9만원이 든 지갑)을 가지고 갔고 화요일에는 저희 교회 중고등부 학생 가방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온 동네 쓰레기통을 다 뒤지고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교육관 여자 화장실에서 가방을 찾아서 잃어버린 아이 집에 밤늦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월요일 사라진 것도 알고 보니 성도들이 모두 기도하는 시간에 밖에 있던 나무 헌금함에서 9만원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더 기가 막히고 놀라운 사실은 돈을 쓴 것을 묻다가 들은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교통 사고로 돌아가시고 새 아빠와 이복 오빠, 친오빠, 친동생,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새 아빠와 이복 오빠, 친 오빠, 친동생까지 자신에게 성폭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름을 모르는 아저씨, 할아버지들 7-8명과도 최근까지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부흥회를 마친 후 경찰서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이 아이가 이런 생활을 계속해서는 안 되겠고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중부 경찰서로, 달성 파출소로 밤 10시가 넘어서 움직이다가 중부 경찰서 형사계에 있는 분과 밤 11시경에 만났습니다. 그러자 내일 아침 9시에 중부 경찰서로 오라는 말을 듣고 갔더니 시경 여성 청소년계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거기 가서 하루 종일 참고인 조서를 만들었고 그 아이도 진술서를 일일이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쉼터 소장님과 만나서 대판 싸우기도 하고 엄마와도 만나서 사정사정하는 말도 듣고 아빠라는 분과도 통화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빠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일이 드러나 징역 3년을 살고 두 달 전에 나오셨고 오빠들도 소년원을 통해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이나 오줌을 싸서 씻도록 하고 옷을 갈아 입혀 주었습니다. 쉼터(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사건이 드러나자 이 아이는 쉼터로 보내져서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습니다)로 보내려고 하자 도망도 가버렸고 다시 찾아 데려다 주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빠져 나와 제가 없는 사이 저를 찾아왔었다고 아내가 전화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수사중입니다. 그 아이의 진술이 오락가락 합니다만 어떻게든 진실이 드러나 가해자들을 법대로 처벌하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성관계, 도둑질해오던 생활을 깨끗하게 청산하고 또래 아이들과 같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일로 인해 제 생활에도 지장이 많았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마치 몇 개월의 긴 시간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삶이 회복되고 가해자들을 찾아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기쁘게 더 많은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장님의 말씀대로 "값싼 동정"이나 베풀고 "어린 아이 데리고 다니면서 혼자 의로운 척 다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어린 나이에 처참한 세월을 살아온 이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사람다운 대접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을 사람다운 삶을 살도록 도와주어야 할 책임과 사명이 그리스도인 된 우리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들로 인하여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을 때 우리의 이웃들은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가 심히 안타까워 해야할 것은 더 많이 가지지 못함이 아니라 더 내어주지 못함입니다.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도와줄 능력이 부족하고 내어줄 것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야 합니다. 이 시대를 향하여 분노도 노여움도 없는 자는 진정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사랑하는 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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