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을 실족케 하는 죄

대현마당쇠 2003. 11. 7. 00:13
제가 섬기고 있는 "대구 기도 합주회"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인 대구 땅의 영적인 각성과 세계 복음화를 위한 기도 모임입니다. 매일 기도할 수 있는 기도 제목이 실린 기도 책자를 한 달에 한 번씩 만들고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저희 교회에서 기도 모임이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치면 5년, 본격적인 활동으로 치면 3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기도 책자를 처음에는 2,000부를 찍어서 돌리다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지금은 1,000부를 찍고 있습니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연합 운동이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 문제, 내 교회의 기도 제목이라고 했다면 그 문제를 위해 함께 기도 하자는데 이토록 안 모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기도의 지경을 넓혀가야 합니다. 이 땅에 있는 교회의 하나됨과 연합을 위해, 땅 끝 백성들의 필요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기도로 말입니다.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이 일은 하나님이 기뻐하실 만한 일이고 1,000 부의 기도 책자를 들고 기도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고, 매월 마지막 주에는 어김없이 기도의 자리로 찾아오시는 동역자들이 있기에 기쁨이 있고 계속해야 될 사명감을 느낍니다. 이 모임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월 기도 모임 때 있었던 일입니다. 7시에 시작을 하는데 6시쯤부터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학교 1,2 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가방을 메고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아이에게 기도하러 왔구나 라고 말하며 벌써 어두워져버린 1층 기도실에 불을 켜주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그 아이가 이번에는 2층 본당으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물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도 모임에 함께 기도하러 온 것인 줄 알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준비하던 모든 청년들이 저녁 식사를 하러 1층에 내려가서 본당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1층에 내려갔다가 식사하도록 준비해주고 다시 2층에 와서 보니 그 아이 혼자 있길래 있던 빵과 우유를 주면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오면서 현관에 있던 청년들의 가방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니 또 한 명의 청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청년은 오래 전부터 제게 도움을 받으러 오는 친구입니다. 정신적으로 병이 있는 친구인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참 모르겠습니다. 하는 말에 진실이 없고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 날도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밥을 먹지 못했으니 밥 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와준다는 것이 오히려 그 친구를 해친다는 생각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며 돌려보내려고 하는 마음도 가졌다가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배가 고플까 하는 생각으로 제가 먹으려던 밥을 줘서 먹게 했습니다. 그 후 모임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젓가락이 모자란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 여자 아이가 1층 기도실 어두운 맨 앞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별 생각 없이 왜 여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급히 올라갔습니다. 예배당에는 아무도 없었고 기도회 인도를 준비하며 있던 빵과 우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밝혀진 것은 기도 모임이 다 끝났을 때입니다. 본당 앞자리에 두었던 가방의 지갑이 없다고 2-3명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그 여자 아이의 소행입니다. 본당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었던 빵과 우유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 아이가 놀라 벌떡 일어났던 그 자리에서 돈이 없는 빈 지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많은 돈이 없어진 것 같지는 않고 5만원 정도가 없어졌고 빈 지갑이라도 두 개는 찾지 못하고 하나만 찾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도 했고 그 여자 아이에 대한 배신감이 제 마음에 생겼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잘 안내해주고 잘 챙겨주었는데 제게 돌아온 것은 상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없어진 돈이야 얼마 되지도 않았고 카드야 분실 신고하면 될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또 앞으로 그런 짓을 계속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 아이가 입고 있던 교복을 보고 인근 중학교에 아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와서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틀 후 학교에 가서 1,2,3 학년 전체 사진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보지 못했기 때문에 느낌이나 분위기는 알겠는데 얼굴을 정확하게 분간을 못했습니다. 그 중에 한 아이가 맞다는 확신이 70% 정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과 반을 적어 가지고 가서 그 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그 아이를 불러 주셨습니다. 며칠 전 우리 교회에 오지 않았느냐, 아래 위층으로 돌아다니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한 마디로 안 왔다고 했습니다. 분명한 확신이 없었기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돌려보내었습니다. 선생님이 그 학생에 대해서 담임 선생님께 한 번 여쭈어보겠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확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애매하게 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생님께 핸드폰 문자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하나를 살리려다 다른 하나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아이나 그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도 아무 말씀 말아주시고 교장 선생님께도 학교를 괜히 소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주십시오." 돈을 훔쳐간 아이가 또 어떻게 나쁜 짓을 계속할지 심히 안타깝습니다. 다시 저희 교회에 오게 되면 그때는 정확하게 알 것 같은데 또 왔으면 좋겠고 이번에는 제가 꼭 만나서 바로 잡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 하나를 살리려다가 애매한 아이 하나를 실족하게 만들까 염려가 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선생님께 찾아가서 그 아이를 만나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의미에서 선물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에 이틀 전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 그 아이가 진짜 아니라고 한다면 영문도 모른 채 얼마나 당황하고 억울했겠습니까? 하나를 살리려다가 다른 하나를 죽일 수도 있는 심각한 잘못이었습니다. 돈도 많이는 잃어버리지 않았고 재수 더럽게 없다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잘못된 길로 가는 한 아이를 바로 잡아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그 아이가 아니라면, 그 아이를 억울케 하고 의심해서 그 아이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기도해 주십시오. 하나를 살리려다가 하나를 죽이지 않도록, 할 수만 있다면 둘 다 잘 살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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