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아가씨

대현마당쇠 2003. 7. 22. 00:22
감나무 집 할머니의 장례가 끝난 것 같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는데 그 집 문을 통해 들여다보니 할머니께서 기거하셨던 방은 텅 비어있고 대문에는 전셋집이 있다는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감나무는 푸른 잎사귀를 자랑하며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대나무는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없습니다. 우리 교회 주변에 있는 많은 대나무들 중에 하나가 사라져서 좋아할 수도 있는데 왠지 대나무가 서 있어도 좋으니 그 할머니를 더 뵐 수 있으면 좋겠고 그 할머니를 전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로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할머니의 밝은 얼굴, 다정한 말투가 자꾸만 그리워지고 아쉬운 마음이 생각보다 큽니다. 늘 골목 어귀에 나와 계시거나 문 열린 집에 계시기에 오며 가며 일부러 고개를 돌려 찾기도 했는데 이제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뵐 수가 없으니 골목이 텅 비어버린 것 같습니다.

감나무 집 할머니만이 아니라 또 한 사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동네 미용실의 아가씨 였는데 우리 교회 앞집 아주머니 따님이십니다. 며칠 전에 갔더니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하셨던 아주머니께서 다시 하시게 되고 아가씨 한 분이 일하는 사람으로 새로 오신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화요 전도 팀에서 그 아주머니도 전도하려고 애를 썼었던 분입니다.

앞집 아주머니 따님은 참 잘해주셨습니다. 잘 깎아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기도 해서 제 머리를 맡겨도(^^) 안심이 되고 편안했습니다. 한 번은 보자기를 두르고 앉아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옆에 앉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교회 분(목사라는 것을 잘 모르셔서 그런지)이 니 교회 좀 오라고 이렇게 오셨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제 속마음이야 사실 그렇지만 그런 제 마음을 들키고나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보자기에 목이 휘감겨 도망갈 데도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전도하려고 애를 썼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지 손가락에 "만"자가 쓰인 반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전도할 작전으로 쉬는 날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한 걸음 물러서서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를 한 1년 이상 되었지 싶은데 머리 깎으러 갈 때마다 직접 주거나 몰래 놓아두고 왔습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앞집 아주머니, 남편 되시는 택시 운전하시는 아저씨, 그 따님, 철학관 하시는 아저씨, 상백이 할아버지, 할머니, 그 옆집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모두 예수님 믿고 같이 천국가면 좋겠습니다. 교회 앞에 살다가 결국은 천국 가셨다는 말 꼭 듣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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